결혼식 준비의 시작은 역시 웨딩홀 아닐까 한다.

어디서 언제 결혼할 것인지 날짜를 잡고서야, 그 모든 연결된 일정들에 줄을 세울 수 있다.

수많은 웨딩홀 중 어떤 곳이 더 예쁘고, 또 가격적으로 괜찮을지 고민이 많이 될 수도 있겠지만,

또 얼마 남지 않은 날짜에 맞춰 결혼하는 사람들에게는 애초에 선택지가 많지 않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우리의 경우, 정말로 다행스럽게도, 4개월 남긴 상황 치고는 상당히 괜찮은 곳들이었고,

그 중에서도 제일 맘에 드는 웨딩홀을 좋은 조건에 택할 수 있었다.

 


더 베일리 하우스 논현점

대략 일곱 군데 정도 되는 웨딩홀 중에서, 파트너가 제일 마음에 들어했던 곳이다.

논현역에서 도보로 2~3분? 외관부터 상당히 독특했다. 자주 봐온 컨벤션형의 다른 웨딩홀과는 다르게, 차라리 '부띠끄'라고 부르는 것이 어울릴 것 같은 느낌? 최근 파트너와 종종 함께 시청했던 넷플릭스의, LA의 고급 저택들을 연상시키기도 했고. 나는 이번 결혼 준비하면서, 내심 평범함 속에 독특한 디테일을 갖추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그런 면에서 일단 외관부터 합격점. 

 

그 중 사실 파트너가 마음에 들어했던 것은 위의 가드닝 디테일이었다.

식장 바로 옆에 단정하게 가든이 조성되어 있는데, 이 부분이 너무 예쁘다는 의견.

물론 결혼식 진행하는 동안에는 가든으로 나가서 거닐 수는 없다. 식 한창 진행하는데 창문 밖으로 사람들 기웃기웃하면 그것도 이상할 테니까.

그렇지만 저 정원이 안에서 비치는 것이 정말 예쁘더라.

 

식장은 이른바 '채플'식이라고 불리는, 교회를 연상시키는 형태.

나는 결혼식은 화려하거나 단정하거나 둘 중 하나에 몰두해야지, 어설프게 양쪽을 다 잡으려는 욕심이 애처로운 촌스러움을 만든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그런데 뭐 거창하고 화려한 것은 돈도 많이 들고, 나랑 어울리지도 않을 것 같고. 무엇보다 그놈의 시국, '코로나' 때문에 하객분들 무턱대고 오시라고 하는 것도 부담스럽고.

그런 관점에서 파트너랑 얘기를 많이 했는데, 가급적이면 아담하고 단정한 것을 지향하자는 얘기를 했었다. 사람이 많이 차지 않더라도 휑해보이지 않는 식장이면 좋겠다고 생각을 했고, 식사도 가짓수보다는 기본에 충실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고... 그래서 내심 '채플식'의 웨딩홀을 좀 보고 싶었는데. 마침 파트너가 여기가 정말 좋더라고 가져온 곳이 바로 이 곳 더 베일리하우스 논현점이었다.

방문 전에 유튜브와 사진으로 많이 찾아봤었는데 교회 스타일의 의자가 주는 단정함과 고급스러움이 우선 마음에 들었고, 거기에 (위에서도 얘기했지만) 창 밖으로 비치는 가든이 따뜻한 디테일을 더해줌과 동시에 은근한 '하우스 웨딩' 컨셉의 느낌을 던져주기도 했다.

식장이 이렇게 담백한 곳이면 작은 디테일만으로도 쉽게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마침 진행되고 있던 식을 일부 보며 '역시나 그렇다'라는 것을 확인했다.

 

 

우리가 방문한 날은 일요일이었다. 위에서도 말했지만 결혼식이 진행되고 있었기에 뜻밖의 현장감을 느낄 수 있었다랄까.

위에 보이는 로비에 사람들이 차 있는데, 더 베일리하우스의 장점 하나를 더 느낄 수 있었다. 바로 단독 웨딩홀이라는 점이었는데, 일전에 방문했던 다른 웨딩홀들이 생각났다. 강남역 근처에 있던 A 웨딩홀이나, 또 근처에 있던 B 웨딩홀. 그 장소들에서 느꼈던 것은 역시 '번잡함'. 비슷비슷하게 겹치는 시간대의 결혼이 동시에 진행되다보니, 뭐 흔히 말하는 '결혼 공장' 이런 느낌까지는 아니더라도 어딘가 시장통같이 복잡하고 어지러운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그에 비해 더 베일리하우스는 로비 공간이 넓고 동시 예식이 아니다 보니, 지인들이 좀 더 편안하게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양가 어른들께서 손님맞이하기에도 편하고, 신부대기실에도 사람들이 자유롭고 친근하게 다녀가기 좋다는 인상이 강했다.

 

 

 

이런저런 비주얼에 대해서만 얘기를 많이 했는데, 사실 '여기가 역시 낫다' 라고 생각했던 부분은 신부대기실이었다.

내 개인적인 미학, 컨셉의 추구는 사실 좀 내려놓아도 된다고 생각했다. 그런 부분은 파트너가 만족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겠지. 대신에 나는 웨딩홀 투어를 하면서 좀더 실용적인 부분에 주의를 집중하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 엘리베이터의 위치와 크기라든지, 하객들의 대기석, 신랑신부의 편의와 식 순서에 따른 동선 등등을 머릿속에 그렸다. 식이 진행되지 않는 곳에서는 상상으로 시뮬레이션을 해보고, 식이 진행되는 곳에서는 실제로 보이는 편의성의 디테일을 많이 캐치하려고 노력을 했고, 그 중 또 중요한 것이 신부대기실이었다.

신부대기실 하면 제일 중요한 것은 내 생각에 하나다. 신부 전용 화장실/다용도실이 있냐 없냐.

이전에 방문한 웨딩홀들도 좋고, 비주얼적으로도 괜찮고, 신부대기실 뭐 예쁜 건 어딜 가나 그렇겠지만 생각보다 화장실이 갖춰진 곳이 많지가 않았다. 그런데 이 곳에 왔더니 별도 공간이 있음을(위 사진에서 왼편이다) 바로 얘기해주는 것이 아닌가.

그 와중에 창 밖으로 비치는 가든이 매력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었다.

 

식당은 뷔페식이다. 위치는 1층, 그리고 지하 1층 총 두 곳으로 나뉘어졌는데, 저마다의 장점이 있다고 느꼈다.

1층은 호텔 레스토랑에 온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어느 정도 널찍한 공간에 목재를 베이스로 한 인테리어가 고급 카페에 온 느낌을 주기도 했고, 유리창 밖으로 보이는 가구거리의 상쾌함이 독특한 분위기를 그려내고 있었다.

한편 우리가 좀 더 좋아한 곳은 지하 1층이었다. 위의 사진이 그것인데, 창문이 보이지는 않지만 아늑하게 식사를 즐길 수 있다는 느낌이 더욱 강하게 들었다.

비주얼적으로는 합격이고, 음식은 구글 리뷰에 의하면 대체로 괜찮다고 했다. 사실 꽤나 맛있다는 얘기도 많았고.

그런데 운좋게도 담당자께서 마침 점심시간이고 시식기회를 주신다고 해서, 배도 고팠는데 잘됐다! 하고 갔다.

 

https://m.blog.naver.com/jaeho1443/221213887584

다른 블로그 검색: 식사 후기

 

뷔페의 종류는 굉장히 많지는 않았지만, 특별히 부족한 것도 아니었다(사실 파트너는 "이게 적은거야?"라는 말을 했다. 내가 너무 까다롭기 때문인지...). 어쩌면 메뉴 하나하나에 기본이 갖춰져있다는 생각 때문에 그런 느낌을 받았는지도 모르겠다. 이날 따라 스시쪽은 끌리지 않아 파트너에게 시식을 맡겼는데 회의 신선도가 나쁘지 않았고, 연어같은 경우 잘 해동되어 그 풍미를 온전히 즐길 수 있었던 것 같다. 튀김, 구이류도 마찬가지. 형식을 갖추겠다고 무리해서 여러 음식을 내놓는 것보다 준비된 요리들을 공들여 제공하겠다는 느낌이 들었고, 먹어본 음식들이 모두 참 괜찮다, 라는 느낌을 주었다.

 

이건 개인적인 부분인데, 나는 결혼식장 갈때마다 육회를 꼭 먹어봐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이다.

파트너의 경우 육회는 자기 취향은 아니라고 했지만, 내 경우에는 신선도 / 식감 / 고기의 맛 / 양념 모두 합격점을 줄 정도로, 대접하는 사람 입장에서 걱정이 하나도 안 되는 맛이었다. 본인처럼 결혼식장 육회매니아가 있다면... 필히 참고하시길.

주류는, 소주는 사실 못 찾았는데 맥주는 생맥주 탭이 따로 있었다. 테라였던 것 같은데 어제 테라 먹었더니 맛있더라. 술 좋아하는 친구들이 기분좋게 맥주 받아 먹기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건 중요한 건데, 식사를 하지 않을 경우 답례품으로 '와인'을 선물하더라.

 

최근에 간 결혼식에서 답례품을 내놓는 것 보고 참 좋다 싶었다. 코로나 때문에 다들 부담이 많은데, 식까지 와주는 것도 감사한데 식사 안드시고 나가는 분들께 저런 식으로 답례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을 많이 했던 차였으니. 그런데 또 이렇게 답례를 하는 웨딩홀이 생각보다 많지가 않다. 물어보면 아, 답례품은 따로 없습니다. 이런 소리 듣기도 슬슬 민망해지고 있던 상황이었고. 그런데 아까 말했던 신부 대기실 화장실까지 해서, 답례품까지 내놓는 것 보고 내심 감동을 좀 받았다. 가격이 맞는다면 정말 좋겠는데...

 

그런데 가격이 맞았다!

 

가격대야 뭐 매번 변동이 있고, 견적을 짜기 나름이겠지만 예상했던 것보다 너무 파격적인 안이 나와버려서...

더 이상의 투어는 돌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어 현장에서 계약을 해버렸다.

거기다가 블로그에 글을 올리면 식대를 천원 더 할인해준다는 말 까지 들은지라, 블로깅 하기를 지지리도 귀찮아하는 나지만 덥석 하겠다고 수락을 했고, 결국 이 글을 쓰게 되었다.

처음에는 형식적으로 하려고 했는데, 하다 보니까 역시 그날 계약하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서 나도 모르게 정성을...

 

결혼식 날 친구들이 멋지다고 칭찬할 것 같아서 벌써 웃음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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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badhy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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