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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6.11.07 영원한 전쟁(조 홀드먼)



대략 6, 7년 전쯤에 존 스칼지의 '노인의 전쟁'을 읽었다. 그 책은 아이러니하게도 진중문고, 즉 국방부 추천도서로 부대에 들어와 있었다. 결코 국방부의 정서와는 맞지 않을 듯 한 그 책이 추천도서에 낀 것은 담당자의 실수였을까 아니면 재치였을까.


어찌되었든 나는 '노인의 전쟁'을 무척 재미있게 읽었다. 적당히 가볍고, 꽤나 재밌으면서, 나름대로 생각해볼만한 이야기를 담고 있었으니까. 다만 그 책을 최고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내가 아는 두 권의 책 때문에 눈이 많이 높아져 있었기 때문이다. 그 두 책은 '스타쉽 트루퍼즈'와 '영원한 전쟁'이었다. 


이번에 황금가지에서 재출간된 '영원한 전쟁'은 존 스칼지의 서문을 담고 있다. 재미있게도 존 스칼지는 '노인의 전쟁'을 쓴 뒤 한참이 되어서야 이 책을 읽었다고 한다. 끊임없이 오마쥬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왔을 존 스칼지의 안타까움이 이해는 되지만, 그만큼 이 책은 훌륭하다. '노인의 전쟁'이 슬며시 내비치는 데 그쳤던 반전 의식은, '영원한 전쟁'의 주제로서 수준있게 다루어지고 있다. 이 책이 최고의 '反戰 SF'로 불릴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이 책에 많은 매력이 있지만, 무엇보다 강한 인상을 남기는 것은 '군'의 생리를 그려낸 특유의 리얼리티이다. 대한민국의 많은 이들이 몸소 체험해 보았겠지만, 군이라는 것은 정말로 기괴한 조직이다. 얼핏 보기에는 국민을 지킨다라는 심플하고 숭고한 목표를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목적의 밑바닥에는 개개인의 욕심과 나태함이 또아리를 틀고 앉아 있다. '국방'을 담보삼아, 이해할 수도 없고 용인되어서도 안되는 수많은 부조리가 지배하는 세상 - 그곳이 바로 '군'이다.


군대란 이 대한민국에서 유난히도 참담한 것이라고 생각했건만, 어디나 군대라는 것은 그 특유의 속성을 저버리지를 못하나 보다. 홀드먼이 묘사한 미래의 군대도 내가 겪었던 그 장소와 별반 다르지 않다. 하찮은 성과와 생명 사이에서 이어지는 어처구니 없는 저울질에, 비정상적으로 뒤틀려있는 '역할'에 대한 강박감 등등 미래의 전장과 나의 경험을 연결해 주는 것은 너무나도 많다. 베트남에서 실제로 끔찍한 전쟁을 경험하며 중상을 입고 제대한 조 홀드먼이 나의 그것보다 훨씬 더 큰 고통과 깊은 고찰을 했을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리라.


'영원한 전쟁'의 특별한 존재감은 바로 그 리얼리티, 끈적끈적하게 내 정서를 자극하는 몰입감으로부터 태어난다. 우리는 자신이 미래의 군인이 되었다는 착각 속에 짜릿한 전투의 스릴 속에 끌려들어가기도 하고, 구토감을 자극하는 지독한 회의주의에 빠지기도 한다. 그런 과정을 거쳐가며 이야기 속에서 짜여지고 있던 알레고리의 큰 그림을 보게 되는 순간, 우리는 전쟁이라는 것이 얼마나 '지랄맞은' 것인지를 깨닫게 된다.





여담.

이 책을 처음 읽은 것은 2007년도 여름, 입대를 약 8개월 쯤 앞둔 시점이었다. 두 번을 읽어도 여전히 재미있기는 했지만, 지금 이 책은 그때와는 다른 유난히 긴 여운을 남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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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badhy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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